성수동 어니언, 메뉴판의 숨겨진 숫자 전략
소수점 하나로 매출을 8.15% 끌어올린 비밀
서울 성수동, 감각적인 공간과 빵 맛으로 늘 줄이 긴 베이커리 카페 ‘어니언’. 그러나 이곳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메뉴판에 숨어 있다.
가격 옆에 흔히 따라붙는 '₩', '원' 같은 통화 기호도 없고, ‘5,000원’ 대신 단순히 ‘5.0’이라고 적혀 있는 이 숫자 표기 방식이 소비자의 심리를 정교하게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 대신 ‘5.0’인가?
심리적 연구에 따르면 숫자 표기 방식 하나만으로도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변화가 생긴다.
가격에 통화 기호(₩, 원 등)가 붙으면 소비자 뇌는 ‘지출’을 더 강하게 인식한다. 반면, 단순히 ‘5.0’처럼 숫자만 적으면 마치 점수를 보는 것처럼 ‘비용’보다는 ‘경험’을 먼저 느낀다.
이러한 ‘가격 인지의 왜곡’은 실제 소비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구매 결정을 덜 부담스럽게 만든다.
연구가 증명한 숫자의 마법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수점으로 단순화된 가격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평균 8.15%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보기 편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뇌의 감정 처리 영역과 소비 의사 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디저트, 커피, 브런치 등 감성 소비가 많은 업종에서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어니언의 메뉴판, 어떻게 바뀌었나
어니언의 메뉴판은 극도로 미니멀하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 5.0', '크로아상 4.5'처럼 구성되어 있다. 가격이 아니라 경험의 레벨 혹은 품질의 등급처럼 보이는 숫자들은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공간 자체의 무드와도 잘 어울리는 이 숫자 전략은 ‘브랜드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어니언은 단지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판매하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메뉴판, 다시 디자인할 필요 없다
이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인 리디자인 없이도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심리적 전략이라는 점이다.
고비용을 들여 공간을 리뉴얼하거나 메뉴를 바꾸지 않아도 된다.
메뉴판에 작은 변화만 줘도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이는 결국 구매 행동의 변화로 이어진다.
카페 운영자에게 주는 힌트
- ‘₩’ 대신 숫자만 표기하라.
- ‘5,000원’ 대신 ‘5.0’ 형태로 소수점 사용하라.
- 메뉴에 들어가는 텍스트의 길이를 줄여 심플함을 강조하라.
- 숫자를 가격이 아닌 ‘레벨’처럼 보이게 설계하라.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소한 숫자 하나일 수 있다.
결론:
성수동 어니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감각적인 공간만이 아닌 숫자 하나가 브랜드를 만들고,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운영 중인 카페, 혹은 론칭을 앞둔 브랜드가 있다면, 메뉴판의 숫자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의 매출도 ‘5.0’부터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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